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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 시 모음_10월의 시관객과 배우 2014. 3. 27. 23:14
10월의 시
바람에게/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도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 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한 점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갈아 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 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데려가 다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겠다
삶의 절반은 뉘우침 뿐이라고
눈물 흘리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묵묵히 하늘을 보여 준 그 한 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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