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목련_유경환(냉이꽃 따라가면)

갑자기여인 2016. 4. 13. 00:37

우리나라 좋은 동시

                      『냉이꽃 따라가면』

                                                               -유경환 선생님이 들려 주는 아름다운 동시와 글-

 

 

목련/유경환(1936~2007)

 

바람

그것도 실바람

가만가만

구름 떼어다

빈 가지에

붙였다

솜사탕처럼

 

저리도 눈부신 일

바람이 할 수 있나

아니야 아니야

하느님이 한 일이지

저 눈부신

목련

 

목련은 잎이 나기 전에 하얀 꽃이 먼저 핀다.

아직 바람이 찬데도 목련은 용감하게 핀다

목련은 가지 끝에 매달린 솜사탕으로 보인다

아, 입에 닿기 전에 사르르 녹을 듯한 솜사탕

초봄에 빈 가지 끝마다 솜사탕을 걸어 주는 것은

누가 하는 일일까

이런 신비로운 일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하느님의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느님밖에는 이런 신비스런 일을 해낼 사람이 없다

구름을 떼어다 빈 가지에 솜사탕처럼 붙여 주는 일을

바람이 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 아니랴!

구름을 떼어다 가져오는 것만이 아니라,

목련 향내까지 얹어 주는 일은 누가 할 수 있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