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을 단숨에 읽고서

갑자기여인 2017. 12. 10. 16:42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오랜만에 우리 집 식당은 부동자세의 휴가를 맞았다. 이럴 때는 혼자서 느릿느릿 침대를 넘나들지만, 빈공간이 편안하지만은 않다.  

   "탕탕, 택배요."  집배원 소리다. 뛰었다.

   박스 속에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들어 있다. 평소 내가 좋아하고 있는 K수필가가 보낸 것이다. 책의 앞 속 내지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라고 쓰여 있다. 오전 11시쯤에 읽기 시작하여 오후3시에 끝맺었다. 물론 점심도 먹고서, 읽다보니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손에 놓지 않고 단숨에 읽었다. 오랜만의 초콜릿재미를 맛보았다. 지난 달엔 <현대**은 처음이네요> 라는 책을 빌려다가 연장의 연장을 거듭하면서도 완독하지 못했는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다 읽고서는 "어떻게 하지," 외마디가 소리를 친다. 이런 글을 써야하는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우체부 히메네스처럼 작가인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네루다가 최고의 시인임을 말하면서 투사로서의 네루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으로서 그를 찬양하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네루다의 영향을 받아 시를 통해 세계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한 편의 시가 삶과 자연과 세계와 만나 새로운 삶과 사랑을 이끌어내는 문학의 진실과 감동을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조화를 이루어 잔잔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묘사와 대화, 해학적인 묘사, 순수함이 빚어낸 각종 일화 등으로  읽는 재미가 일등급이다. 수필의 선배인 k가 "앞으로는 이런 작품을 쓰라"고 일러주는 듯하다.

 

p29

……

"생각을 하려고 제자리애 가만히 있다는 말인가? 시인이 되고 싶으면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혹시 존 웨인처럼 걷는 것과 껌 씹는 걸 동시에는 못하는 거야? 당장 포구 해변으로 가라고. 바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메타포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

 

      여기 이슬라 네그라는 바다, 온통 바다라네

      순간순간 넘실거리며

      예,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지

      예라고 말하며 푸르게, 거품으로, 말발급을 올리고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네

      잠잠히 있을 수는 없네

      나는 바다고

     계속 바위섬을 두드리네

      바위섬을 설득하지 못할지라도

      (중략)

 

네루다는 만족하여 시를 멈췄다.

"어때?'

"이상해요."

" '이상해요' 라니, 이런 신랄한 비평가를 보았나"

"아닙니다. 시가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예요. 시를 낭송하시는 동안 제가 이상해졌다는 거예요."

……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요. 시를 낭송하셨을 때 단어들이 이리저리 움직였어요."

"바다처럼 말이지!"

"네, 바다처럼 움직였어요."

"그게 운율이란 것일세."

"그리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너무 많이 움직여서 멀미가 났거든요"

"멀미가 났다고"

"그럼요! 제가 마치 선생님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같았어요"

시인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 내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바로 그래요"

"네가 뭘 만들었는지 아니, 마리오?"

"무었을 만들었죠?"

"메타포"

"하지만 소용없어요. 순전히 우연히 튀어나왔을 뿐인걸요."

"우연이 아닌 이미지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