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글, 그 안의 나_이원화 에세이

이원화 에세이<꽃, 글, 그 안의 나>_결혼하고 싶은 나무

갑자기여인 2018. 4. 5. 23:45

 

 

 

꽃작품:이원화(1999년 덕수궁에서, Fleur에 게재)

 

 

 

 

 

 

 

 이원화 에세이

『꽃, 글, 그 안의 나』중에서

 

 

 

                                결혼하고 싶은 나무

 

 

가을은 멀리서 온다.

여름 설화의 빛깔을 쏟아놓고서 맨몸의 나뭇가지를 남겨두고

멀리서 오고 있다.

착각일까 급한 마음 앞으로 내밀고 다가갔더니,

추향색秋香色의 긴 몸을 늘어뜨리고 서로 포옹하고 있다.

 

정호승시인의 죽기 전에 한 가지 소원은

'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에,

눈이 맑은 큰스님을 모시고

나무와 결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 나무가 바로 가을하늘에 피어있는 황매화 단풍 아닐까,

드레스 입고 그 곁에 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