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에세이
『꽃, 글, 그 안의 나』에서
완두
우리나라 농산물은 원산지와 등급이 분명해져 자신의 특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어제 구입한 완두콩 자루에 '빛고을 완두콩' 이란 타이틀로 생산지는 '본량농업협동조합', 등급은 '특', 주소는 '광주의 광산'이라고 씌어 있다.
한 자루 구입해 톡톡 쪼개었다. 내일 아침밥의 맛과 향을 기대하면서 한참 쪼개다 보니 알맹이보다 쌓인 껍데기가 더 신선해 보인다. 껍데기보다 껍데기 속에 붙어 있는 콩들의 모습이 곱다랗다. 10cm 크기의 꼬투리 속에 5~10개의 씨, 한 꼬투리 속에 자연이 숨어 있다. 꼬투리의 부드러운 안쪽은 커튼 줄 같은 맺음이 있고, 속에는 푸른 열매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반듯한 질서와 순리가 벅찬 기쁨까지 준다. 자연은 위대하다.
바라보는 씨 속에서 노랑과 녹색이 넘실대는 생명의 리듬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생명의 반짝임도 발견한다.
다음날 완두콩밥을 먹는 순간 함부로 할 수 없는 작은 생명에 머뭇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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