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함민복의 <꽃이 마음을 만져주어> 외 2편

갑자기여인 2020. 3. 13. 16:37

 

 

꽃이 마음을 만져주어

 

꽃이 마음을 만져주어

꽃이 마음을 만져주어

꽃이 마음을 만져주어

 

꽃에게로 다가가

꽃에게로 다가가

꽃에게로 다가가

 

꽃을 만져보면

빛깔도 곱다

빛깔도 곱기도 해라

 

꽃을 만지다가

꽃을 만지다가

빛깔을 만질 수 있다니!

 

꽃이 나를 만져주어

꽃이 나를 만져주어

꽃이 나를 만져주어

 

 

 

 

 

 

농약상회에서

 

치마 아욱

마니따 고추

장한 열무

 

제초대첩 제초제

부메랑 살충제

아리랑 쥐약

 

먹을 것 생산해줄 씨앗들과

먹을 것 먹어치우는 것들 죽일 약들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먹을 수 없게 상한 것들에서

역한 냄새를 맡는 내 감각

반성해보다

 

슈펴 옥수수

슈퍼 콩

슈퍼 소

 

꼭 그래야만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다면

차라리

사람들이 작아지는 방법을 연구해보면 어떨까

 

양증맞을 집, 밥그릇, 저수지, 인공의 날개,

나뭇가지 위에서의 잠, 하늘에서의 사랑

무엇보다도 플, 새, 물고기들에게도 겸손해질 수 있겠지

 

계산대 앞에서

푸른빛 쏟아질 듯

흔들리는 아욱 씨앗 소리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놓았나

 

맘 마중 나오는 달정거장

길이 있어

어머니도 혼자 살고 나도 혼자 산다

혼자 사는 달

시린 바다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놓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