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글, 그 안의 나_이원화 에세이

부끄러운 약식

갑자기여인 2020. 6. 9. 16:01

   약식은 아이들이 한창 성장할 때 빼고는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지 않는다

주재료인 찹쌀은 하루 전에 미리 물에 담가 놓고,

밤 껍질을 베끼고 대추는 돌려 썰어 손질을 한다

전기밥솥에 불린 찹쌀에 황설탕, 간장, 소금 약간을 넣어 앉혔다

삼십 여분 지나 완성된 약식을 먹어보니 찹쌀이 그대로 있다

전기밥솥이라 뜸이 들지 않아서일까,

빨리 다른 냄비에 쏟아 물을 약간 뿌리고 뜸을 들였다

또 한 번 뜸을 들였다.

이젠 됐다싶어 먹어보니 푹 익지 않아 살캉살캉하다

간은 아주 달짝지근하고. 분명히 당도를 알맞게 했는데도 달다. 맛을 더하기 위해 대추를 많이 넣었나보다

남편은 단 음식을 싫어한다

혹시나 하여 남편에게 맛을 보라고 했다

보나마나 냄새가 좋지 않다면서, 곱지 않는 시선으로 갖다버리라고까지 한다

기가 죽어 안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잠이 들었다

그때다

"어머니 웬 낮잠을 주무세요?" 하는 큰며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살아오신 것 같았다

며느리는 약밥에 참기름을 넣고 동그랗게 뭉치더니

거실 쪽을 향하여 '약식은 이렇게 달아야 맛있다'고 푸근하게 말을 한다

약식을 만들며 또 하나의 깨달음을 갖게 되었지만

살림의 고수들이 이를 보고 얼마나 웃을까 내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