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文學 》630 2021년8월에서 옮김
이 시대 창작의 산실 ㅣ 구재기 시인 ㅣ 대표작
으름넝쿨꽃 외2편
이월 스무아흐렛날
면사무소 호적계에 들러서
꾀죄죄 때가 묻은 호적을 살펴보면
일곱 살 때 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붉은 줄이 있지
다섯 누이들이 시집가서 남긴 붉은 줄이 있지
우리 동네에서 가장 많은 호적의 붉은 줄 속으로
용하게 자라서 담자색으로 피어나는 으름넝쿨꽃
지금은 어머니와 두 형들의 혼을 모아 쭉쭉 뻗어나가고
시집간 다섯 누이의 웃음 속에서
다시 뻗쳐 탱자나무숲으로 나가는 으름넝쿨꽃
오히려 칭칭 탱자나무을 감고 뻗어나가는
담자색 으름넝쿨꽃
달ㅡ千房山에 오르다가 ·46
1
千房山 절터에 달이 밝으면
보살님 웃음소리 등 너머로 들려온다
어디선가 香내음이 몰려 와
늙은 소나무 가장이*에 바람이 인다
2
밤새 한 마리 날아도
날아간 곳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바삭바삭 벼랑 사이 모래알 가는 소리
바위 틈 오랑캐꽃 새 순이 돋는 소리
3
골짜기는 깊어야 메아리가 난다.
千房山의 달은 봉우리부터 살아올라
아, 千房山은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끝내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이: '가지'의 충남 서천 지방의 사투리
휘어진 가지
열매가
가득 차면
가지는 절로 휘어진다
열매를
더 쏟아내고서야
휘어진
가지는 비로소
똑바로 돌아간다
일 년 전
하던 짓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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