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창문/최영미
허공에 색色을 덧칠한 언어들
말이 말을 낳고
은유가 은유를 복제하는
요사스러운 말의 잔치에 질려, 나무를 보고
눈을 떴다 감았다
초록에 굶주린 몸이 도서관을 나온다
시 따위는 읽고 쓰지 않아도 좋으니
시원하게 트인,
푸른 것들이 보이는
자그만 창문을 갖고 싶다
담쟁이넝쿨처럼 얽힌 절망과 희망을 색칠할.
지하철 유감
내 앞에 앉은 일곱 사람 중에
청바지를 발견할 수 없다면
청바지를 앉히지 않은 의자가 있다면,
내 앞에 앉은 일곱 남녀 가운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지 않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나는 이 스마트한 문명을 용서해줄 수 있다
( 최영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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