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시도다

발그무레한 겨울꽃

갑자기여인 2023. 1. 9. 23:27

오늘

'부럽지가 않어' 라는 장기하의 자작곡이 웬지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 데, 전 오늘 이 곳에서 

'남이섬이 부럽지 않아, 그래 부럽지 않어'라는 가사로 고쳐 부르며 여러번 다녀온

추억의 남이섬을 생각했습니다. 

많이 갔었죠. 특히 메타세콰이어 숲은 4계절 아름다우니까요.

 

요즘

무서운 날씨에 벌벌 떨며 세월의 다리에 동여매어 산책도 멀리 가지 못하고

동네 한바퀴가 요사이 제 삶의 일부입니다.

오후 2시를 넘기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마트에 가서 물건을 배달시키고 산책을 합니다.

 

가까운 동네

건축상 받은 멋진 가나안 교회 옆으로 접어 들면 구미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빙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그네를 타는 아이들, 살얼음 놀이하며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퍼져나오는

구미초등학교 후문에서 불곡산 방향으로 작은 메타세콰이어 숲길이 시작됩니다.

 

숲길 중앙에는 나무 의자 5개가 마주 놓여 있어 그곳에 앉아 양쪽 팔을 벌려봅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메타쉐콰이어의 키는 상상 이상으로 커보였습니다.

들어올린 안경 속 눈은 촛점을 맞힐 수 없어 양호실에서 시력검사할 때 처럼 깜박 깜빡였지요

 

 

꽃이 피어 있습니다

나목에 발그스름한 꽃이 만발합니다

유럽 구시가지를 여행할 때 급한 일로 성당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환하게 켜져 있던 촛불의 빛깔로 오후2~3시 사이 30여분 동안만

피어 피고 있습니다

 

메타쉐콰이어 나목에 핀 겨울꽃,

더없이 아름답고 

더없이 신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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