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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百年/문태준
    관객과 배우 2025. 3. 12. 16:44

     

    문태준 시집 《 그늘의 발달》

     

     

    「百年」

              문 태 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

    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

    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

    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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