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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_목련 후기

목련 후기/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 구름에 달처럼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관객과 배우 2022.04.16

이근화 시집_<<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

이근화 시집 《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_「악수」, 「약 15도」 악수 거미줄은 나의 집 나만이 나를 매달 수 있고 나는 끝까지 나를 뜯어낼 수 있다 흘러서 고이는 이름들 나의 거울들 오늘은 괴물이 웃는다 몸이 검고 매끄럽고 슬프다 하염없이 노래를 부른다 시끄럽게 빠져나가는 것들 박힌 못을 빼내는 대신에 걸어둘 것을 서둘러 찾는다 열걸음 스무걸음 나머지 한발짝을 남겨둔다 누덕누덕 기운 자루를 끌고 간다 그 안에 누가 있는가 내가 끌고 내가 담는다 나를 담고 내가 당긴다 내가 없는 나의 목소리 빈 수레가 돌아가는 골목길 김영희(문학평론가) 해설_ 눈은 감으면에서 일부 시집은 「악수」라는 시로 시작한다. '악수'는 존재의 분열에 착안하여 읽을 수도 있고, 인생의 지도 위에 잘못 둔 수로 읽을 수도 있을 ..

관객과 배우 202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