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 6

매미 손님

*참매미: "맴-맴-맴-맴-매애앰-"반복해 울다가 마지막에 음을 높혀서 "매애↗(10여초 동안 유지)...애애애..."하며 마무리 짓는다. *말매미(왕매미): "쐐~~애애애애에~" *애매미: "르르르르르르르르르-츠-와이치-르르르르르와아치- *쓰름매미: "쓰-름 쓰-름" 에서 옮겨 온 한국 서식종 매미들의 울음소리 일부분입니다. 비는 또 다음날에 내리고 앞 창문에 둘, 뒷 창문에 또 둘, 꽃방 창문에 하나, 마치 야외 카페에 모인 듯, 모두 배 흔들며 연미복 날개를 흔듭니다. 자바섬에서 도착한 마라 무테 커피를 내려 그 향을 맡게 하고 싶습니다 소나기 속 맑은 아침 앞 베란다 창문에 손님 하나, 반가워 가까이 다가 서니 울음소리 뒤쪽에서 크게 들려옵니다 놀란 뒷베란다 창문의 손님 둘, 매암맴 서로서로 소리..

관객과 배우 2023.07.18

행동하라, 살아 있는 현재 속에서

장영희 영미시산책 《 축복》 「인생찬가」 헨리 왜즈워스 롱펠로 슬픈 가락으로 내게 말하지 말라 인생은 단지 허망한 꿈일 뿐이라고! 삶은 환상이 아니다! 무덤이 삶의 목적지는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행복해 보인들 '미래'를 믿지 말라 죽은 '과거'는 죽은 이들이나 파묻게 하라! 행동하라, 살아 있는 현재 속에서 행동하라! 그러니 이제 우리 일어나 무엇이든 하자 그 어떤 운명과도 맞설 용기를 가지고 언제나 성취하고 추구하며 일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자 살다보면 살아가는 일도 타성이 되어버립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많이 겪다보면 익숙해져서 그저 그런가 보다. 그냥 이렇게 살다 떠나지, 별 생각 없이 사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레 소리 같습니다. 무력감과 권태에 빠져 잠들어버린 영혼을 깨우는 소리입니다. (·..

관객과 배우 2023.07.17

달팽이와 백석의 <수라>

아파트에 수요일마다 야채차가 옵니다 뚱하지만 밉지 않은 아줌마 사장님과 '새로운 게 뭐 있어요?' 하며 인사를 나누었지요 사장님은 상자를 열더니 나물을 들어 올렸습니다. 처음 보는 부지깽이나물이라 자세히 보는데, 시든 잎에 달팽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거 제주도 애월읍에서 온 것이어여 허허' '나에게 주세요'하며 검정 봉투 속에 그걸 넣었지요 그렇게 해서 제주도산 달팽이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아침마다 달팽이가 사는 플라스틱 통을 씻고 김치냉장고에 둔 부지깽이나물 몇 잎을 바꿔 넣어주었지요 다음날 통을 들여보니 검정 털실 오라기를 물에 불린 것 같은 똥도 보였습니다 며칠 후 부지깽이나물이 다 떨어져 우리가 먹는 상추를 넣어줬더니 신이 나서 먹습니다 왕성하게 상춧잎을 먹고 슬슬 기어 다니더니 그만 똥을. ᄏ..

관객과 배우 2023.07.08

나태주/다시 9월이

「다시 9월이」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았다 이제 제각기 가야할 길로 가야할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오래 그리고 많이.

관객과 배우 2023.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