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735

햇빛 좋아하는 메타세콰이어 1

오늘 아침 불곡산으로 가는 마을 버스를 탔습니다. 여느 때라면 그냥 걸었을텐데, 작년 이 맘 때 19번 마을 버스 기사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가을이 되면 꼭 이 19번 노선을 선택해서 운전을 한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오리역에서부터 불곡산까지 단풍진 메타세콰어를 보기 위해서라고요. 마침 앞자리가 비어 있어 멋진 단풍을 봤습니다. 불곡사 앞 정거장에서 내려 몇 컷을 찍었지요. 스쳐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층 건물 짓기 위해 높은 메타세콰이어를 절단하는 일이 절대로 없었으면 합니다. 감사와 행복이 아픈 발바닥은 물론 온 마음에 머물었습니다.

관객과 배우 2022.11.11

이재무/ 십일월 외 1편

이재무 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 중에서 「십일월」 십일월은 의붓자식 같은 달이다 시월과 십이월 사이에 엉거주춤 껴서 심란하고 어수선한 달이다 난방도 안 들어오고 선뜻 내복 입기도 애매해서 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이다 더러 가다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메인은 시월이나 십이월에 다 빼앗기고 그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허드레 행사나 치르게 되는 달이다 괄호 같은 부록 같은 본문의 각주 같은 산과 강에 깊게 쇄골이 드러나는 달이다 저녁 땅거미 혹은 어스름과 잘 어울리는 십일월은 내 영혼의 별실로 삼으리라 「기도 」 기도란 무릎 끓고 두 손 모아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바람 부는 벌판에 서서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내 음성 을 듣는 것이다

관객과 배우 2022.11.07 (2)

너무 큰 슬픔/이재무

이무재 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 》 「너무 큰 슬픔」 눈물은 때로 사람을 속일 수 있으나 슬픔은 누구도 속일 수 없다. 너무 큰 슬픔은 울지 않는다. 눈물은 눈과 입으로 울지만 슬픔은 어깨로 운다. 어깨는 슬픔의 제방. 슬픔으로 어깨가 무너지던 사람을 본 적이 있다. 2022년10월28일오후5시40분 동네 놀이터에서 촬영 늦게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유치원생들이 호박풍선에 불을 켜고 핼로윈 놀이를 부모와 함께 즐기는 모습, 재미있고 예뻐서 몇 장 찍었는데. 이렇게 검게 변환 시켜 사용할 줄은 누가 알았을까.

관객과 배우 2022.11.04

이태원 참사, 같이 아파하고 인내하는 것

11월 2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특별기고 "이태원 참사, 지금 할 일은 같이 아파하고 인내하는 것" 에서 옮김 "지난 29일밤 서울 이태원에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푸릇한 어린 청춘들에게 벌어진 거짓말 같은 소식에 아마 모든 국민의 마음이 무거우실겁니다. .......정신과 전문의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추가적 아픔이 연쇄적으로 이어지 않기 바라는 심정으로 지금 우리가 겪는 재난 상황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마음을 몇가지 적어봅니다. 1. 왜 이런 일이 벌어졌지? 지금은 그걸 궁금해하고 원인을 파헤치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트라우마 직후에는 그저 모두가 같이 아파하고 서로를 위로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널리 퍼져 모두의 아픔이 반복됩니다. 2. 핼로윈 파티에 가서..

관객과 배우 2022.11.02 (1)

울고 있는 사각형 나무

유럽 여행하던 그때, 어느 도시인지 기억 나지 않지만, 아름다운 곡선의 소나무를 사각형으로 잘라 가로수로 으스대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를 칠 뻔한 일이 생각다. 이 무슨 해괴한 일, 그런데 오늘 플라타너스를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서 나열한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기하학적인 모습은 하나도 없는데. 자연스런 소도시 도로에 플라타너스나무를 사각형으로 만든 이유가 뭘까,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은 공해에 강하고 공기 중의 오존을 증가시키며 방음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가로수란 그 나무의 본질을 살려 그 도시의 상징성과 어울림이 있어야할 것이다. 나무는 하루 아침에 성장하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수 시인은 그의 시집 《하늘로 가는 혀》에서 "아파도, 눕지 못하는 삶이 있다"고 「가로수」..

관객과 배우 2022.10.29

빨간 담쟁이덩굴/정현종

「빨간 담쟁이덩굴」/정현종 어느새 담쟁이덩굴이 붉게 물들었다! 살 만하지 않은가, 내 심장은 빨간 담쟁이덩굴과 함께 두근거리니! 석류, 사과 그리고 모든 불꽃들의 빨간 정령들이 몰려와 저렇게 물을 들이고, 세상의 모든 심장의 정령들이 한꺼번에 스며들어 시간의 정령, 변화의 정령, 바람의 정령들과 함께 잎을 흔들며 저렇게 물을 들여 놓았으니, 살 만하지 않은가, 빨간 담쟁이덩굴이여, 세상의 심장이여, 오 나의 심장이여.

관객과 배우 202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