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시도다 171

혼자서 봄맞이

"고층 건물 외벽공사가 한창, 혼자 다닌다 왼손에 밧줄 잡고 오른손으로 페인트 칠하며 옥상 환기통에 온몸 매달고 혼자 다닌다 오르내리는 페인트군 두팔 사이로 햇빛도 혼자서 다닌다." 2015년에 출간한 저의 에세이집 《꽃, 글, 그 안의 나》_ 「혼자서」란 글이다 민X태교수님이 작품을 보고 시같은 에세이라고 칭찬해 주셨던 일이 생각난다 그 때는 외벽에 페인트 칠하고 있었고 지금은 물청소를 하고 있다 우리는 유리창 안에서 말없이 그를 향해 미소 지으며 손뼉을 쳤다. 그 때는 위험하고 외로워 보였지만 지금은 당당하고 멋지다.

수필은 시도다 2022.03.16

반쯤 핀 파꽃 . . .

페트병에서 봉오리로 살고 있는 그에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기억을 더듬어 암송했더니 그는 정답게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아주 작은 것이 폰을 잡은 손과 마음에 따뜻하고 다정하게 행복을 준다. 산불, 러시아침공, 오미크론, 선거 등 우왕좌왕하는데, 나만 행복해도 될까? 온 세계가 행복한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수필은 시도다 2022.03.07

탄천의 비밀_복합 삼각주에 우쭐하다

겨울은 떠날 준비를 하고 나목 꼭대기의 철새들은 모였다 흩어지며 고향 갈 준비하고 있다 탄천 눈 길을 걷는 사람들이 주말처럼 이편 저편에 많다 늘상 홀로 걸으며 즐기던 마음에 약간 짜증이 난다. 이왕 나섰으니 어떻게 할까? 오리교 언덕길에서 구미교 위로 방향을 바꾸었다. 겨울바람이 차다. 구미교 중앙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심호흡을 건져 올렸다. 그때 바로 눈 아래 수직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상하게 생긴 지형을 보게 되었다. 땅도 아니고 숲지도 아닌 , 구미교 아래 숨어 있는 듯, 탄천과 동막천이 합류되어 만들어낸 자연의 신비, 세월에 의해 변화된 한 세상을 보며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우쭐한다 (탄천의 구미교 아래에 있는 복합 삼각주)

수필은 시도다 2022.02.08

수복강녕 壽福康寧 하세요

수복강녕부귀 壽福康寧富貴 2022년 임인년 설에 가족들의 나이를 새삼스레 확인하니 자식들은 50대 손주들은 20대였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인데도 생생하고 놀라웠습니다. 질문을 하네요. 자신들을 제외한 또 다른 50여년을 함께 한 "것이 있느냐?"고, 50년이란 퍽 긴 세월이죠 그동안 별로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귀하게 가지고 있는 우리집의 가보 6쪽 병풍 가 떠올랐습니다. 50여년 전에 수를 직접 놓은 일생일대의 물건이죠. 옆집에 살고 있는 E대 자수과를 졸업한 새댁에게 코치를 받은 것입니다. 첫 글자 목숨 수(壽) 문(紋)을 자세히 보세요. 흉터가 보이죠. 새댁은 엉망이 된 무늬를 다 뜯어내고 수정도 해주었습니다. 본뜨기, 명주실구입하기, 마지막에는 인사동 표구까지 해 주었습니다. 2022년 설날 모든..

수필은 시도다 2022.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