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551

나태주_내가 사랑하는 계절

「내가 사랑하는 계절」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 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

관객과 배우 2023.11.06

추경_시/ 허장무, 그림/박광수

박광수 엮음 ㅣ 박광수 그림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중에서 ↘그림/박광수 「추경」 허장무 이쁜 것들이 조금씩 상처 입으며 살아가겠지 미운 것들을 더러는 상처 입혀가면서 말야 바람 부는 아침 저녁으로 햇살 파리한 들판 산서어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의 전언 눈시울을 붉히며 그래도 그대만을 사랑했던가 싶게 지성으로 푸른 하늘 아래 전신으로 생을 재는 풀벌레의 보행 가을이 와 비로소 고독해진 솜다리꽃 같은 이쁜 것들이 상처 입으며 조금씩 더 아름다워지는 세상

관객과 배우 2023.10.26

가슴에 묻은 김칫국물_시/손택수, 그림/박광수

그림:박광수 ↘ 가슴에 묻은 김칫국물/손택수 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 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칫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칫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보면 김칫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구나 사람이 좀 허술하게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칫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

관객과 배우 2023.10.19

꽃작품방"주윤경_어머니의 꽃"

(사)한국꽃문화협회 2023년 10월9일 aT센타 장미홀에서 추계대학 세미나 개최 한국전통오브제 꽃작품 연구발표 작가: 주윤경(소아플라워 아트 회장) 작품명: 어머니의 꽃 내 마음의 어머니는 어떤 분일까?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는.... 어떠한 꽃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먹의 깊이로 꽃을 입히다. 채색하지 않고 수묵화가 농담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드러나지 않지만 기품있는 어머니의 꽃을 표현 (자리공의 잎을 제거 후 흐르는 선을 가볍게 열매와 장식, 수국과 엽란으로 입체감 형성, 엽란을 마른 소재와 함께 사용하여 질감과 색감 균형을 조화롭게 함) 무명한복 하얗고 정갈하게 멋 내시던 ... 아름다운 조상의 얼 흠이 꽃으로 재탄생 될 수 있는 정이 깃든 민족적 정서의 회복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보았습니다.

꽃과 꽃 2023.10.14

나태주/대숲 아래서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

관객과 배우 2023.09.25

까치의 감사

올해 아파트 정원에 있는 감나무나 모과나무엔 열매가 몇 개 달려 있지 않은데 대추나무는 풍년인 것 같습니다. 많이 달린 붉은 대추나무를 보니 어느 해인가 광화문에 걸려 있던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 떠오릅니다 대추 하나가 붉어지려면 많은 태풍과 천둥, 벼락을 품어야한다고 까악까악 소리내며 그 열매를 맛있게 먹고 있는 까치는 대추 한 알의 그 품을 알고 있을까요?

관객과 배우 202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