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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사각형 나무

유럽 여행하던 그때, 어느 도시인지 기억 나지 않지만, 아름다운 곡선의 소나무를 사각형으로 잘라 가로수로 으스대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를 칠 뻔한 일이 생각다. 이 무슨 해괴한 일, 그런데 오늘 플라타너스를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서 나열한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기하학적인 모습은 하나도 없는데. 자연스런 소도시 도로에 플라타너스나무를 사각형으로 만든 이유가 뭘까,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은 공해에 강하고 공기 중의 오존을 증가시키며 방음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가로수란 그 나무의 본질을 살려 그 도시의 상징성과 어울림이 있어야할 것이다. 나무는 하루 아침에 성장하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수 시인은 그의 시집 《하늘로 가는 혀》에서 "아파도, 눕지 못하는 삶이 있다"고 「가로수」..

관객과 배우 2022.10.29

즐거운 우리 가족

10월을 다 보내기 전에 9~ 10월의 사건을 갑자기 블로그에 올리려하니 힘이드네요. 어렷을 적 방학 숙제 '일기쓰기'를 꼬박꼬박 쓰지 않고 미루어뒀다가 개학 바로 전에 한꺼번에 썼던 그 기분이 듭니다. 첫번째,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던 작은 아들네가 직장의 출장과 겸사겸사해 집으로 왔다갔습니다. 고마운 두아들 내외, 50여년 전 만삭의 제 몸무게를 떠올려보며 아들의 모습을 살폈봅니다.

가족이야기 2022.10.29

빨간 담쟁이덩굴/정현종

「빨간 담쟁이덩굴」/정현종 어느새 담쟁이덩굴이 붉게 물들었다! 살 만하지 않은가, 내 심장은 빨간 담쟁이덩굴과 함께 두근거리니! 석류, 사과 그리고 모든 불꽃들의 빨간 정령들이 몰려와 저렇게 물을 들이고, 세상의 모든 심장의 정령들이 한꺼번에 스며들어 시간의 정령, 변화의 정령, 바람의 정령들과 함께 잎을 흔들며 저렇게 물을 들여 놓았으니, 살 만하지 않은가, 빨간 담쟁이덩굴이여, 세상의 심장이여, 오 나의 심장이여.

관객과 배우 2022.10.08

밤에 보이는...

"밤의 풍경은 낮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오정희 작가는 말한다. 밤 길을 걷고 있는 나는 아무리 둘러봐도 밤의 풍경이 낮의 풍경과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다. 그냥 밤이면 어둡고 쓸쓸하고 호젓한 느낌뿐, 마주오는 다른 산책자들의 표정도 읽을 수 없다. 한참이나 걸었다. 낮에 보이지 않던 것이 밤에 보이는 것이 있다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쌍 가로등 중에 불이 켜 있지 않은 등 하나, 고장 난 가로등 한 개가 눈에 띈다. 가로등은 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낮에는 보이지 않고 밤에만 보이는 또다른 것들이 이 세상에 많을 것이다.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수필은 시도다 2022.08.2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