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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다시 9월이

「다시 9월이」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았다 이제 제각기 가야할 길로 가야할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오래 그리고 많이.

관객과 배우 2023.07.03

한국근현대미술전 다시 보다 _ 보다

소마 미술관 2023. 4. 6 -------8.27 1. 우리땅, 민족의 노래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이인성 구본웅 박생광 2.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 배운성 이쾌대 변월룡 황용엽 3. 여성, 또 하나의 미술사 나혜석 이성자 방혜자 최욱경 천경자 박래현 4.추상, 세계화의 도전과 성취 김환기 유영국 한묵 남관 이응노 5, 조각, 시대를 빚고 깎고 김종명 권진규 김정숙 문신

관객과 배우 2023.06.29

나서고 싶은 날

문선생에게 무작정 집을 나서고 싶어지는 때,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사건사고도 있었지만. 나를 수목원으로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우 흐린 날씨에 소나기도 맞고 소나기 피하러 처진올벚나무 둥치 안에서 사진도 찍고 따뜻한 문선생의 마음이 얼마나 내 가슴을 뭉쿨하게 하던 지 내편이 없다고 투정하던 늙은이에게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될 줄은 미쳐 몰랐다우 5월의 싱그러운 숲 속에서 가막살나무꽃, 이나무, 참빗살나무, 처진올벚나무, 무늬백합나무꽃 등 새로운 식물들을 보면서 새로운 친구를 갖게 되어 흥미롭고 즐거웠다우 행복이란 꽃말을 가진 크로바 꽃반지를 만들어 내 손에 끼워준 문선생은 십여년 전에 이어진 인연으로 다시 또 만나고 싶은 한 사람, 바로 행복이라우.

관객과 배우 2023.06.18

채인숙/여름 가고 여름_디엥 고원 외 2편

《여름 가고 여름》 채인숙 시집, 민음사 채인숙 1971년 경남 통영군 사량도에서 태어나 삼천포에서 성장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했다. 2015년 오장환신인문학사에 「1945년, 그리운 바타비야」 외 5편의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디엥 고원 」 열대에 찬 바람이 분다 가장 단순한 기도를 바치기 위해 맨발의 여자들이 회색의 화산재를 밟으며 사라진 사원을 오른다 한 여자가 산꼭대기에 닿을 때마다 새로운 태양이 한 개씩 태어난다 무릎이 없는 영혼들이 사라진 사원 옆에서 에델바이스로 핀다 몇 생을 거쳐 기척도 없이 피어난다 땅의 뜨거움과 하늘의 차가움을 견디며 천 년을 끓어오르는 화산 속으로 여자들이 꽃을 던진다 어둠의 고원을 거니는 만삭의 바람이 여자들의 맨발을 어루만진다 똑같은 계절이 오고 또 ..

관객과 배우 2023.06.15

어딘가 걸려 있고 싶다

"...... 땀 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 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직지사 해우소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똥덩이 처럼 느껴질 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어딘가에 걸려 있고 싶다." 시인 김광규의 「대장간의 유혹」이란 시 한 부분입니다. 며칠 전 산책길에서 밤나무에 걸려 있는 빗자루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낙엽을 쓸어 모으던 싸리비, 흙을 쓸던 플라스틱 빗자루가 녹음 우거진 숲 속 밤나무에 걸려 있는 모습은 편하고 즐겁고 자유스러워 보였습니다.

수필은 시도다 2023.06.08

나태주/지상에서의 며칠

지상에서의 며칠 / 나태주 때 절은 종이 창문 흐릿한 달빛 한줌이었다가 바람부는 들판의 키 큰 미루나무 잔가지 흔드는 바람이었다가 차마 소낙비일 수 있었을까? 겨우 옷자락이나 머리칼 적시는 이슬비였다가 기약없이 찾아든 바닷가 민박집 문지방까지 밀려와 칭얼대는 파도 소리였다가 누군들 안 그러랴 잠시 머물고 떠나는 지상에서의 며칠, 이런 저런 일들 좋았노라 슬펐노라 고달팠노라 그대 만나 잠시 가슴 부풀고 설렜었지 그리고는 오래고 긴 적막과 애달픔과 기다림이 거기 있었지 가는 여름 새끼손톱에 스며든 봉숭아 빠알간 물감이었다가 잘려 나간 손톱조각에 어른대는 첫눈이었다가 눈물이 고여서였을까? 눈썹 깜짝이다가 눈썹 두어 번 깜짝이다가······.

관객과 배우 2023.06.04

주윤경/도투락 댕기

(사)한국꽃문화협회 5월 월례회, 주윤경(소아플라워아트)회장과 작품 작품1 화합의 뒷태↗ 원통형의 제작된 틀에 한지 과반의 뒷면을 중심에 두고(뒷태도 아름답고자...) 삶의 여정들에 대한 기억, 추억의 소품과 상부에 하나의 다발을 형성함으로 화홥을 꿈꾸는 희망의 메세지를 표현 하였습니다. 작품 2 출가 외인의 사랑 고백 ↗ 도투락댕기 (화관이나 족두리를 쓸 때 뒤쪽에 길게 늘어뜨린 모양) 기러기 매듭(혼례용 보자기에 많이 사용되었던 매듭) 여러 개를 동시에 장식 했을 때 더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구상했습니다. 오늘이 "어버이날"이기도 하여 한없이 겸손한 사랑에 감사하며 지게(아버지)와 항아리(어머니)에 자식을 위한 헌신의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끈을 맞물려 이어진 인연 결혼으로 자신의 삶만 바라보다가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