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여인
2010. 8. 25. 20:41


그리움 1
설거지하는데
크고 작은 접시들이 팥고물 안치듯 놓여 있고
숟가락 젓가락이 스무고개 놀이하며 엉켜 있다
청소하는데
땀내나는 홑이불이 지쳐 쓸어졌고
샌들과 우산은 곤죽 되었네
빈 상자는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엎어져 있다
냉장고 문 여니
울긋불긋한 아이스크림이 녹고
베이컨이 서 있다
PC 켜니
떠난 녀석이 바탕화면에 있네
"이 놈" 불러도 웃기만 한다
불쑥 나타난
들가을달에
천삼백이호는
그리움의 터로 변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