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에는 철새가 모여든다 -한 석 산-
2010년 좋은 문학 詞華集 <한국을 빛내는 작가들> 중에서
천수만에는 철새가 모여든다
한 석 산
새벽을 여는 새들의 긴 활개짓
잠을 터는 갈대 숲
하늘빛 산 빛 돌아드는
천수만 철새 도래지
그 작은 날개 짓 하나로
오고 가는 저 허공
깃털도 고운 온갖 철새 찾아와서
날개 기대는 곳
내 유년의 깃 접었다 펼쳤다
새 등에 얹혀
새보다 높이 날던 어린 날의 꿈
돌아가기엔 너무 먼 시간
날개짓조차 잊은
죽지 젖은 한 마리 새
꺼이꺼이 울면서 울면서
젖은 깃을 추스리며
'검은 여' 뜬 돌浮石에*
흙 묻은 부리 닦는다.
둥지 속 착한 눈망울 올 맞배 새끼들
수없이 활개 치는 비상의 몸짓
다들 짝을 지어
후루루 제 갈길 떠난 뒤
내 마지막 머물 곳 어디쯤일까
하늘을 날다 지친 새들의 보금자리
달도 별도 내려앉는
천수만 빈 들녘 끝
나 여기 쉼표 하나 찍는다.
'검은 여' 뜬 돌浮石 :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갈마리 천수만 B지구 한복판에 있는 검은 여
(돌섬) 검은색을 띠고 있는 이 바위는 천수만 물막이 공사 이전에는 밀물 때나 썰물 때에
관계없이 마치 바위가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것처럼 보여서 사람들은 이 바위를 뜬 바위
浮石 또는 검은 여라 불렀다. 이 바위에는 신라시대 고승 의상대사와 그를 흠모한 당나라
션묘낭자의 애틋한 사랑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