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3
어떤 월간지인지 궁금하시지요?
'플로리스트(FLORIST)'라고 일본에 있는 誠文堂新光社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전문꽃꽂이월간지가 몇개있습니다만 지금으로 부터 이십여년 전에는 아마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매달 일본에서 부쳐오는 이 월간지는 신선하고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인쇄된 꽃 한송이는 마치 살아있는 꽃보다 더 생동감을 주었습니다.더욱이 서구나 유럽쪽에 있는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현지로 방문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그당시에도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받아 이께바나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책 백여권을 쓰레기통에 넣으면서, 아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면서, 늘 쌓아두기만 하고 다시 읽지 않는, 그것들에게 자유를 주어 여러 사람을 만나서 다시 사랑을 받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욕심을 부릴 것이 아니라 버릴 것으로……. 지난 여름 어느날 화문석을 깔고 빙글빙글 누워 있으면서 썼던 것을, 다시 수정하였습니다. 지루한 겨울날씨가 견딜 수 없었나봅니다.
자 유 3
마대 속 월간지이고 싶다.
맑은 물에서 헹구어낸 태양빛이 형형색색으로 담겨져 있는,
내 삶의 일부분 같은,
그것은
책장을 벗어나면서 주인이 한번 더 찾아오리라는 소망도 버리고
젖은 낙엽 쌓이듯 빈틈없던
그곳에서 풀려난다.
주인에게 무한한 지식과 창의적인 자신감을 채워주고
화려한 세상에서 놀게 하였던
그 묶임에서 새로운 호흡을 시작 한다
지금은 분리수거의 큰 마대 속으로 사정없이 내던졌지만,
구부러진 활자는 아픈 몸을 펴고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리로 저리로 흩어진다
자유다.
오선지 위에 쉼표 되어도
마대 속 월간지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