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좋아하는 시>잠자리와 날개/오규원

갑자기여인 2013. 9. 4. 22:49

 

오규원 『시 선집 2』 중에서

 

 

잠자리와 날개

                    오규원(1941~2007)

 

잠자리는 나뭇가지 끝에

나는 나무 의자 끝에 있다

 

나뭇가지의 끝에는 뾰족한 하늘이고

의자의 끝에는 절벽의 하늘이다

 

잠자리와 나는 뾰족한 하늘과

절벽의 하늘에 붙어 있다

 

잠자리는 두 쌍의 날개를 수평으로 펴고

나는 두 쌍의 팔다리를 수직으로 펴고

 

 

잠자리도 나도 햇볕에

날개가 바싹바싹 잘 마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