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이해인 수녀님 시 모음_9월의 노래

갑자기여인 2014. 3. 16. 20:40

 

9월의 시

 

작은 노래/이해인

 

하나의 태양이

이 넓은 세상을

골고루 비춘다는 사실을

처음인 듯 발견한

어느 날 아침의 기쁨

 

꽃의 죽음으로 키워 낸

한 알의 사과를

고마운 마음도 없이

무심히 먹어 버린 조그만 슬픔

 

사랑하는 이가 앓고 있어도

그 대신 아파 줄 수 없고

그저 눈물로 바라보기만 하는

막막함

 

이러한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매일 삶을 배웁니다

그리고 조금씩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