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해파리의 노래_가네코 미츠하루

갑자기여인 2019. 2. 21. 01:50

 

 

 

해파리의 노래

                      가네코 미츠하루(金子光晴 1895~1975)

 

흔들리고 흔들리고

이리저리 쓸리고 쓸려서

어느 틈엔가, 나는

이렇게나 투명해져 버렸지

 

하지만 흔들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밖에서 봐도 환하게 비치지?

어때,

내 소화기관 속에는

털이 빠진 칫솔 한 개

그리고 누른 물이 조금

 

마음 같은 지저분한 것은 있지도 않아. 이제 와서는

창자 채로 파도가 쓸어가 버렸거든

 

나? 난 말이지

빈껍데기란 말이야

텅 빈 것이 파도에 흔들리다가

다시 파도에 휩쓸려 되돌아온다

 

시들었다고 여겨질 즈음엔

보랏빛으로 펼쳐지고.

밤은 밤대로

램프를 켠다

 

아니,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은

몸을 잃어버린 마음 뿐인 거야

마음을 감싸고 있는

얇은 피막인 거야

 

아니지 아냐, 이렇게 텅텅 속이 빌 때까지

이리저리 흔들리고

쓸리고 쓸린 고통의

피로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에서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