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조국> 외 2편_시조시인 정완영

갑자기여인 2019. 7. 28. 22:29

작가 정완영 (1919~2016 ), 시조시인으로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조국 잃은 나라에서 가난하게 보낸 유년이 '조국' 사랑의 정신을 시조로 승화시킨 시인. 육당문학상, 만해시문학상, 육사문학상,이설주문학상 등 수상

 

 

조국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구비구비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鶴처럼만 여위느냐

 

 

 

 

  「을숙도」

 

세월도 낙동강 따라 칠백리 길 흘러와서

     마지막 바다 가까운 하구에선 지쳤던가

     을숙도 갈대밭 베고 질펀하게 누워 있네

 

    그래서 목로주점엔 대낮에도 등을 달고

    흔들리는 흰 술 한 잔을 낙일 앞에 받아 놓으면

    갈매기 울음소리가 술잔에 와 떨어지네

 

    백발이 갈대처럼 서걱이는 老사공도

    강물만 강이 아니라 하루해도 강이라며

    金海벌 막막히 저무는 또 하나의 강을 보네

 

 

 

「父子像」

 

사흘 와 계시다가 말없이 돌아가시는

     아버님 모시 두루막 빛바랜 흰 자락이

     웬일로 제 가슴속에 눈물로만 스밉니까

 

     어스름 짙어 오는 아버님 여일 위에

     꽃으로 비춰 드릴 제 마음 없사오매

     생각은 무지개 되어 고향길을 덮습니다

 

    손 내밀면 잡혀질 듯한 어린 제 시절이온데

    할아버님 닮아 가는 아버님 모습 뒤에

    저 또한 그날 그때의 아버님을 닮습니다

 

       (기획특집 탄생 100주년 정완영의 삶과 문학, 월간문학606 에서 옭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