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시도다

둥지 주인

갑자기여인 2021. 1. 29. 00:36

    

        기복이 심한 삶도 어렵지만 기복이 심한 성품도 어렵다. 하물며 겨울날씨까지 기복이 심하니 집 콕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겨울 비 종일 내리다가 잠시 멈춘다. 내가 싫어지면 탄천을 걷는다. 크고 작은 나무들의 빛깔은 온통 겨울빛으로 조용하고 원만해 같은 색상 간의 배색을 이루고 있어 고상하고 아름답다. 나는 먼 곳보다 가까운 나무 속을 좋아해 많이 보면서 걷는다. 경사진 길에 모여 있는 마른 영산홍 덤불 속으로 뻗은 개나리는 아직 입을 다물고 있다

 

       앙상하지만 푸근한 겨울색을 띈 나뭇가지들 틈에 걸려 있는 작디작은, 주먹 쥔 아가손 보다 더 작은 크기, 얼핏 지나가는 걸음으로는 볼 수 없는 작고 작은 둥지

 

      누구 집일까?

 

     살짝 들고 오고 싶은 마음 크디큰데 세월이 말린다

  

     오늘처럼 나이듦이 좋은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