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고, 즐겁게
주전자(니콜라스 파티,2024,리넨에 소프트 파스텔, 작가소장) 작품 앞에서
한파주의보가 계속되면서 겨울이 깊어 지고 있습니다. 늘 하던 산책도 못 하고 TV, 신문, 카톡 모두가 두 패로 갈라져 싸움 중입니다. 어디에 눈과 마음을 줘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통화 중 핸드폰 갤러리에 사진이 많이 들어있는 것을, 작년 그 전의 사진들도 보입니다. 그들은 싸우지도 않고 조용히 누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어느 가을 뒤돌아봅니다. 큰아들 부부와 함께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 1980)의 <<더스트(DUST) 展>> 이 열리고 있는 호암미술관으로, 근래 자주 가지 못했던 미술관 전시라 흥분과 설렘까지 갖고서, 오랜만에 외국 작가의 작품을 보니 색도 넘치게 화려하고 조각과 초상의 얼굴도 좀 기괴하고 낯설어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조심스러웠지만 재미있고 성스러움도 있었습니다. 특히 벽에 제작된 파스텔 작품과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을 병치해 전시한 것은 내 생전에 처음 관람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시된 작품 몇 점은 전시가 끝나면 곧 먼지처럼 사라진다고 합니다. 모처럼의 기회로 작아진 눈에 힘주어 크게 뜨며 전시장을 돌았지만 초현실적인 작품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마냥 사진을 찍으며 새로운 아치문으로 역동적인 공간으로 발길을 옮기던 중 살아있는 듯한 하늘색의 긴 「주전자」 작품이 우리를 기쁘게 해줬습니다. 고급스러운 홍차를 우려내기 위해 맑은 물을 가득히 넣고 끓고 있는 듯한, 작품 52 「주전자」를 만났어요.
찰칵, 찰칵 찍던 그 찰나에 “마주 보세요, 어머니”하는 소리, 우리 부부의 시선이 맞부딪히는 순간, 말은 하지 않아도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순간을 가진 우리는 그 잠깐의 찰나로 아들 부부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갖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