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웃는 바다
    관객과 배우 2010. 8. 16. 13:50

    웃는 바다

     

    먹구름 마주하고 바다로 가네

    "할아버지 안 가시면 저도 안 갈래요" 손자에게 파도치는 바다가 있다

    "뭐? 너희들은 가야지"하는 할아버지께는 시원한 막국수집이 보인다

    일호차에 풍랑 걱정하는 할아버지와 작은아들 보고픈 할머니

    이호차는 두며느리와 손녀손자가 야단법석

    검은 구름이 동행하며 그늘을 만들어주네

    미시령 지나 첩첩 산의 더위를 쫓으려 물안개가 두레박질한다

     

    속초 생선구이 집에 줄서서 인내심과 땡볕이 삼팔선 놀이하네

    비린내도 아랑곳도 하지 않고 묶어놓은 코다리처럼 앉는다

    메뉴판 속에

    고등어, 꽁치, 오징어, 가자미, 메로, 새치, 황열갱이, 도루묵, 삼치, 청어, 송어불판 위에 붉은 바다가 있다.

    "이것들을 다 잡았나요?" 여주인이 대답 대신 힐끗 쳐다보는 바다가 있다

    통통배가 통통 간다

    폭풍처럼 먹고 일어서는데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한다

    "안돼" 하며 일제히 목소리를 낸다.

    서울사람들은 이상해 "왜 하나 사주지 저럴까" 흉보는 바다가 있다

    흔들흔들 낮잠 자는 고깃배도 풍어를 잠꼬대하네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나도 따라 삼포로 가야지…." 한 곡조 뽑는다.

    "엄마 지금 가는 삼포가 그 삼포가 아닌거든",

    "그래 그럼 …바다로 가자 물결 넘실 춤추는 바다로 가자."

     

    삼포

    손자는 수영복 입으며 눈감으라고 소리치고

    못본체 다 보고 있는 바다가 있다

    수영복 입은 손녀는 김연아보다 더 예쁘고

    파도 추억을 찍고 또 찍고 계속 찍어도 불평없이 엑스트라가 되어주는

    바다가 있다

    해안가 모래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과한 욕심이 아닐까

    참았던 먹구름이 검은 빗금이 되네

    모래밭에 깔았던 돗자리를 해병대 훈련처럼 머리에 이고

    모두가 한 귀퉁이씩 잡고 뛴다

    손자는 소나기가 더 내리면 좋겠다고 떠든다.

    이 광경 보고 웃는 바다가 있다

    돗자리 속에 고인 물도 웃는다

     

    고성 통일안보공원

    "저 쪽이 이북 땅이에요, 할아버지 고향이에요?"

    "그래 개학하면 친구에게 DMZ의 이야기를 해주렴."

    저 건너편 땅에도

    손자와 할아버지를 품어주는 바다가 있다

    (2010/7/24)

    '관객과 배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에서 줍다"  (0) 2010.11.16
    오늘 행복했어요.  (0) 2010.10.01
    "봄 눈"  (0) 2010.06.23
    [스크랩] 멀구슬나무[Melia azedarah,japonica]  (0) 2010.06.18
    "광안대교"  (0) 2010.05.1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