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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대숲 아래서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

관객과 배우 2023.09.25

까치의 감사

올해 아파트 정원에 있는 감나무나 모과나무엔 열매가 몇 개 달려 있지 않은데 대추나무는 풍년인 것 같습니다. 많이 달린 붉은 대추나무를 보니 어느 해인가 광화문에 걸려 있던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 떠오릅니다 대추 하나가 붉어지려면 많은 태풍과 천둥, 벼락을 품어야한다고 까악까악 소리내며 그 열매를 맛있게 먹고 있는 까치는 대추 한 알의 그 품을 알고 있을까요?

관객과 배우 202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