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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걷는다

마스크를 쓰고 무작정 걷기로 했다. 그 동안 무릎에 이상이 생겨서 마음 놓고 걷지를 못했는데 3월 막바지, 봄 물든 버드나무와 냇물에 비친 버드나무가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우겨도 그 대답은 할 수가 없을 정도, 한컷 찍고 구미교까지 걸었더니 발바닥은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다. 조심스레 되돌아서 재건축하는 아파트 틈길로 걷는데, 그 담벽에 느티나무와 산수유 꽃이 속삭이고 있다. 큰 기쁨을 안고 봄과 함께 그냥 걷는다.

수필은 시도다 2024.03.25

산수유에게/정호승

산수유에게/정호승 늙어가는 아버지를 용서하라 너는 봄이 오지 않아도 꽃으로 피어나지만 나는 봄이 와도 꽃으로 피어나지 않는다 봄이 가도 꽃잎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내 평생 꽃으로 피어나는 사람을 아름다워했으나 이제는 사람이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사람이 꽃처럼 열매 맺길 바라지 않는다 늙어간다고 사랑을 잃겠느냐 늙어간다고 사랑도 늙겠느냐 ↑ 2024년 3월 오후,구미공원에서

관객과 배우 202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