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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에게/정호승

산수유에게/정호승 늙어가는 아버지를 용서하라 너는 봄이 오지 않아도 꽃으로 피어나지만 나는 봄이 와도 꽃으로 피어나지 않는다 봄이 가도 꽃잎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내 평생 꽃으로 피어나는 사람을 아름다워했으나 이제는 사람이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사람이 꽃처럼 열매 맺길 바라지 않는다 늙어간다고 사랑을 잃겠느냐 늙어간다고 사랑도 늙겠느냐 ↑ 2024년 3월 오후,구미공원에서

관객과 배우 2024.03.18

봄까치꽃과 호랑나비

"힘들게 오른 언덕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허리를 굽혔다. 땅바닥에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낮게 엎드렸다. 작은 꽃들이 낙엽을 제치고 손짓처럼 피어 있다. 호랑나비와 눈을 마주하며 봄놀이를 하고 있었나 보다. 언덕 아래 산책길에도 돌계단 모퉁이에도 쇠별꽃과 함께 피어있다. 개미들의 행진 따라 몸을 굽혀야만 볼 수 있다.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 중 제일 먼저 피는 꽃이다. " 이원화 에세이 《꽃, 글, 그 안의 나 》 에서

관객과 배우 202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