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724

(3월의) 산수유 (열매)

이원화 에세이 《꽃, 글, 그 안의 나》 56p. (3월의) 산수유 3월의 산수유나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꽃을 피우고 있다. 빨간 것, 노란 것 그 중에 어느 것이 꽃일까. 산수유나무는 해마다 봄이 되면 제일 먼저 노란 꽃을 터뜨린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이 나무의 그늘도 노랗다고 말했다. 한편 가을에 주렁주렁 열린 빨간 산수유나무의 열매를 보고서 어느 시인은 아버지가 몹시 아픈 아들의 약으로 쓰기 위해서 눈 내리는 밤길을 헤치고 따온 간절한 사랑으로 표현했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라고 말한 작가도 있다. 3월 중순의 산수유 나뭇가지는 슬픈 고향이라 말하는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까.

관객과 배우 2022.12.01 (2)

11월,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11월은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이라고 나태주 시인은 말했습니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전 세계가 축구 올림픽 대회를 치르느라, 더우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느라, 오후 10시부터 초저녁 잠을 참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가을은 이미 떠나가고 민둥산엔 키큰 나무가 쓰러져 빈 몸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연스레 세월이 부끄러웠습니다. 밖은 온통 적막하지만 베란다의 유리 호프는 밝게 피고 있네요. 대~한~민국 화이팅 VICTORY

관객과 배우 2022.11.28 (4)

때죽나무의 기쁨

앞산의 때죽나무들은 어렷을 적 색동 저고리의 노랑 빛으로 환하게 행인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키가 큰 나무 아래서 흰꽃을 피우고 지며 조용히 있더니 겨울이 시작되기 바로 전, 요즘은 제 세상을 만난 듯 노랗게 물들고 있어요 키 큰 나무들이 무성한 잎을 더 떨어뜨리고 매말라 있기 때문이죠 . 올 겨울은 '큼'보다 '작음'이 '많음'보다 '적음'이 더 사랑 받고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과 배우 2022.11.23

햇빛 좋아하는 메타세콰이어

오늘 아침 불곡산으로 가는 마을 버스를 탔습니다. 여느 때라면 그냥 걸었을텐데, 작년 이 맘 때 19번 마을 버스 기사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가을이 되면 꼭 이 19번 노선을 선택해서 운전을 한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오리역에서부터 불곡산까지 단풍진 메타세콰어를 보기 위해서라고요. 마침 앞자리가 비어 있어 멋진 단풍을 봤습니다. 불곡사 앞 정거장에서 내려 몇 컷을 찍었지요. 스쳐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층 건물 짓기 위해 높은 메타세콰이어를 절단하는 일이 절대로 없었으면 합니다. 감사와 행복이 아픈 발바닥은 물론 온 마음에 머물었습니다.

관객과 배우 202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