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김광규/나관객과 배우 2025. 1. 23. 22:58
가을비로 떨어진 잎들은 한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입니다. 모두가 한 뿌리에서 자란 것절대로 싸우지 않고 제 각각의 모양과 빛깔로 새벽 산책자와 마주합니다. 아마도 감광규 시인의 「나」를 읽었나 봅니다 나/김광규 살펴보면 나는/나의 아버지의 아들이고/나의 아들의 아버지고/나의 형의 동생이고/나의 동생의 형이고/나의 아내의 남편이고/나의 누이의 오빠고/나의 아저씨의 조카고/나의 조카의 아저씨고/나의 선생의 제자고/나의 제자의 선생이고/나의 나라의 납세자고/나의 마을의 예비군이고/나의 친구의 친구고/나의 적의 적이고/나의 의사의 환자고/나의 단골 술집의 손님이고/나의 개의 주인이고/나의 집의 가장이다그렇다면 나는/아들이고/아버지고/동생이고/ 형이고/남편이고/오빠고/조카고/아저씨고/제자고/선생이고납세자고/예..
-
뒤돌아보고, 즐겁게수필은 시도다 2025. 1. 17. 14:55
주전자(니콜라스 파티,2024,리넨에 소프트 파스텔, 작가소장) 작품 앞에서 한파주의보가 계속되면서 겨울이 깊어 지고 있습니다. 늘 하던 산책도 못 하고 TV, 신문, 카톡 모두가 두 패로 갈라져 싸움 중입니다. 어디에 눈과 마음을 줘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통화 중 핸드폰 갤러리에 사진이 많이 들어있는 것을, 작년 그 전의 사진들도 보입니다. 그들은 싸우지도 않고 조용히 누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어느 가을 뒤돌아봅니다. 큰아들 부부와 함께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 1980)의 더스트(DUST) 展>> 이 열리고 있는 호암미술관으로, 근래 자주 가지 못했던 미술관 전시라 흥분과 설렘까지 갖고서, 오랜만에 외국 작가..
-
가곡 부르기, <눈> 김효근 시, 곡한결문학회 2025. 1. 10. 23:05
김효근 시 조그만 산길-에 흰 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국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때까지 새 하-얀 산-길-을 헤메이고 싶-소외로운 겨울 새소리 멀리서 들려 오면 - 내- 공상에 파문이 일러 갈 길을 잊어버리오가슴에 새겨 보리라 순결한 님의 목소리 바람결에 실려 오는가 흰 눈 되어 온다오저 멀리 숲 사이로 내마음 달려가나 아! 겨울새 보이지 않고 흰 여운만 남아 있다오눈 감고 들어보리라 끝없는 님의 노래여 나 어느새 흰- 눈 되어 산길-걸어간다오 이 곡은 김효근님이 작사 작곡한 가곡으로 1981년 제1회 MBC 대학가곡제 대상 수상한 '눈(雪)'의 시부분,아름다운 곡은 컴퓨터 공부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
스스로 하나뿐인 그림자 나무수필은 시도다 2024. 12. 29. 21:26
며칠 전 탄천의 징검다리 건너 미금역 방향으로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난 때라 조용하고 햇볕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어요. 잠시 앉은 벤치, 빈 어린이 놀이터와 공중화장실도 조용했습니다. 그곳은 작은 음악회나 운동회를 열어도 될 만한 크기의 둥근 잔디밭이 있었어요. 그 둥근 잔디밭 둘레엔 여러 가지 나무들이 쭉 둘러 있고. 한쪽엔 몇 그루 작은 나무도 있었지요, 조용하고 따뜻하고 사람들이 없어 못난 노래 부르며 그 둥근 원을 따라 가볍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 바퀴를 돌고 두바퀴, 문득 뒤편에서 강한 빛이 쏟아져 저도 모르게 얼굴을 돌렸습니다. 글쎄, 큰 나무가 잔디밭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이 보였어요. 놀라 자세히 보려고 핸드폰을 열었지요. 곧고 긴..
-
-
잊고 있던 설렘으로 Merry Christmas관객과 배우 2024. 12. 8. 17:54
싱싱한 총각무와 쪽파를 보기만 해도 총각김치를 담아 먹고 싶다는 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버려진 통나무나 줄기 잎만 봐도 주워서 뭔가 만들고 싶어집니다. 아파트 입구에 빽빽히 있던 편백이 폭설에 꺾이어 경비원이 잘라내고 있습니다. 그 버려진 편백나무 가지를 한 아름 안고 서 있는 엘리베이터 거울 속, 저의 표정은 첫아이 안고서 퇴원하는, 어쩔 줄 모르는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싱싱하고 향기 가득한 편백 가지를 다듬어 바구니에 담고 동네 동생이 베트남에서 사 온 컵 받침으로 포인세티아꽃을 대신했고, 어제 아들과 함께 마신 빨간색 컵홀더를 예쁘게 잘라서 픽에 꽂았습니다. 마음이 어수선할 뿐만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요즈음 세상에. 잊고 살던 설렘을 가지고 성탄절 꽃바구니를 만들었습니다. "기쁘다 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