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3월의) 산수유 (열매)

갑자기여인 2022. 12. 1. 00:35

이원화 에세이 《꽃, 글, 그 안의 나》 56p.

 

(3월의) 산수유

 

 

3월의 산수유나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꽃을 피우고 있다. 빨간 것, 노란 것 그 중에 어느 것이 꽃일까.

산수유나무는 해마다 봄이 되면 제일 먼저 노란 꽃을 터뜨린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이 나무의 그늘도 노랗다고 말했다.

한편 가을에 주렁주렁 열린 빨간 산수유나무의 열매를 보고서 어느 시인은 아버지가 몹시 아픈 아들의 약으로 쓰기 위해서 눈 내리는 밤길을 헤치고 따온 간절한 사랑으로 표현했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라고 말한 작가도 있다.

3월 중순의 산수유 나뭇가지는 슬픈 고향이라 말하는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