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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고운 자락'을 보낸다가족이야기 2011. 1. 14. 22:49
해영아 잘 있니?
늘 바쁜 생활로 여유와 틈이 없겠지만, 이 글을 읽고 잠시 쉬어 보렴.
며칠 전에 피천득 시인이 번역한 <내가 사랑하는 詩> 라는 번역시를 읽었는데, 그 시인들의 이름 '셱스피어, 블레이크, 테니슨, 디킨스, 타고르 등' 낯익은 이름들이 마치 나를 옛날 학창시절로 인도하는 것 같았어. 양쪽 머리 길게 땋고, 흰 칼라의 교복 입고, 학교 동산에서, 줄줄 읽으며 눈물까지 흘리던 그 소녀시절로 끌고 가더라.
해영아! 아랫시 큰소리로 읽어보렴
「하늘의 고운 자락」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B.Yeats. 1865~1939)
금빛 은빛 섞어 짠
하늘의 고운 자락 내 가졌다면
밤과 낮과 황혼의
푸르고 어슴푸레하고 때로 어두운
그 채단, 가시는 길 위에 깔으리다
그러나 내 가난하여 가진 것은 꿈뿐,
나의 꿈 임의 발 아래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고 가시옵소서
내 꿈 위를 걸으시오니
해영아 큰 소리로 읽었지. 좀 의아한 면이 있지. 그럼 이 번에는,
「진달래 꽃」
김소월( 1902~1934)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미국이나 유럽 시인들도 우리의 구조와 정서가 비슷하여 이렇게 유사한 시가 나온다고 배웠다.
아무리 정신없이 바쁘더라도 늘 밥 잘 챙겨 먹고 시집도 읽도록 하여라.
아랫그림은 지난 가을에 찍은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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