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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빛깔의 새해엽서/이해인관객과 배우 2013. 1. 3. 17:51
무지개 빛깔의 새해엽서/이해인
새해 아침, 안녕하세요?
제 블로그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께 문안 올립니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작은 아들네가 지난 12월23일에 왔다가
오늘 떠났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
아래 시는 이해인 수녀님이 쓴 '무지개 빛깔의 새해엽서'입니다.
무지개 빛깔의 새해 엽서 / 이해인
빨강 ― 그 눈부신 열정의 빛깔로 새해에는 나의 가족, 친지, 이웃들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느님과 자연과 주변의 사물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겠습니다
결점이 많아 마음에 안 드는 나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렵니다
주황 ― 그 타오르는 환희의 빛깔로 새해에는 내게 오는 시간들을 성실하게 관리하고
내가 맡은 일들에는 인내와 정성과 책임을 다 해 알찬 열매 맺도록 힘쓰겠습니다
노랑 ― 그 부드러운 평화의 빛깔로 새해에는 누구에게나 밝고 따스한 말씨 친절하고
온유한 말씨를 씀으로써 듣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 지혜로운 매일을 가꾸어가겠습니다
초록 ― 그 싱그러운 생명의 빛깔로 새해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힘들게 하더라도
절망의 늪으로 빠지지 않고 초록빛 물감을 풀어 희망을 짜는 희망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파랑 ― 그 열려 있는 바다빛으로 새해에는 더욱 푸른 꿈과 소망을 키우고 이상을 넓혀 가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삶의 바다를 힘차게 항해하는 부지런한 순례자가 되겠습니다
남색 ― 그 마르지 않는 잉크빛으로 새해에는 가슴 깊이 묻어둔 사랑의 말을 꺼내 편지를 쓰고,
일기를 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색의 뜰을 풍요롭게 가꾸는 창조적인 기쁨을 누리겠습니다
보라 ― 그 은은한 신비의 빛깔로 새해에는 잃어버렸던 기도의 말을 다시 찾아 고운 설빔으로 차려입고
하루의 일과를 깊이 반성할 줄 알며 감사로 마무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거듭 강요하기 보다는 조용한 실천으로 먼저 깨어 있는
침묵의 사람이 되렵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새해에는
늘 건강하시고 또 행복하시기
진심으로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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