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인 수녀님 시모음_12월의 시관객과 배우 2014. 4. 10. 20:04
12월의 시
겨울아가/이해인
하얀 배추 속 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헛 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 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1989)
'관객과 배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월보름/이원화 (0) 2014.04.22 이황 선집-도산에 사는 즐거움-연못1 (0) 2014.04.14 신흠 선집-풀이 되고 나무가 되고 강물이 되어-거미야 거미야 (0) 2014.04.03 이해인 수녀님 시모음_11월의 시 (0) 2014.04.02 내 이름은 광대나물꽃 (0) 201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