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달밤_이호우

갑자기여인 2014. 9. 9. 17:41

 

 

  달 밤

                           이호우(시조시인 (1912~1970)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淨化(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