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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미_<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외 2편
    수필은 시도다 2020. 4. 20. 13:33

    최영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서

     

     

      " 내 생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며,

       정신이 사나워져 시를 잊고 살았다. 길을 가다 번뜩 떠올라도 걸음을 먼추지 않았다. 아주 멋진 구절이었는데, 나중에 아까워했지만……

    가슴을 두드렸던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았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되살릴 길 없는 시간들을 되살리려는 노력에서 문자 예술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어느 봄날, 봉긋 올라온 목련송이를 보며 추억이 피어나고 노래가 나를 찾아왔다. 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동안은 시를 영영 잃지 않을 게다"

                                                                                                                                                                  _ㅣ 시인의 말 ㅣ

     

     

     

    1월의 공원

     

          봄은 멀었지만

           매화 정원을 찾아가는

           낭만 가객

     

           그날의 노트에 적힌

           고리키, 로라, 세검정, 어울리지 않는

           외래어로 만든 조합같은 인생

     

           길이 보이지 않아도

     

           나는 다만 이 햇살 아래

           오래 서 있고 싶다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1. 오후 4시의 미술관

     

       나는 빛을 보고 있지 않아요

       당신을 보고 있지요 *

     

       데이비드 호크니가 본 세상을 나와 꽃 피는 4월, 벚꽃과 개나리가 지나가는 창밖엔 비가 오고 태극기 깃발이 봄비에 휘날렸다 시위를 하거나 미술관을 찾거나……정치와 예술에 미친 서울의 봄은 쉬지 않는다 움직이는 초점, 추상미술을 이해하려는 줄이 국수가락처럼 이어진

       열려진 문의 다른 쪽에서,

       전시회 어땠어요?

       창의력이 고갈된 작가가 어떻게 생존하는 지 보여주었지

     

    2.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법

     

       먼저 글을 읽고

       그림을 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을, 그의 작품에 없는 2019년 서울, 야수파의 호텔을 지나 입체파의 협곡을 위태롭게 거니는 조선 사람들. 지구를 날아다니는

       눈은 캔퍼스에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현대미술을 산책하는 다리들은 지치지도 않

     

            나는 그림을 보고 있지 않아요

            당신을, 나를 보고 있지요

     

    _____________

    *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는 인터뷰에서 "나는 빛을 보고 있지 않다. 안개를 보고 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여행

     

     

    왜 떠나려 해?

    나도 모르겠어.

     

    이유를 알고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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