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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브제, 버드나무수필은 시도다 2021. 6. 13. 15:16
덕분일까 때문일까 아침저녁으로 탄천 주변을 걷고 있습니다. 오리교 아래에서 서울대병원 쪽으로 직진하면 오른편으로 어떤 나무가 꽃을 피우고 어느 나무가 열매를 맺고 있는 지, 징검다리를 건너 미금교로 직진하면 어떤 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지, 억새풀이 얼마나 자라고 있는 지. 그 길을 지나 동막천으로 향하면 왼쪽에는 어떤 나무의 그림자가 비치는지, 오른 편에는 뿌리가 튀어 나왔는지 키가 큰 나무에 이끼가 자라고 있는지, 질문이 나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탄천에는 벚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꽃사과나무, 산수유, 산딸나무, 중국단풍, 때죽나무, 화살나무, 마가목, 쪽동백나무, 이팝나무 등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나무를 선택하라면 그 것은 ‘버드나무’입니다. 버드나무는 종류가 여러가지로 사계절 각각 다른 풍경을 보여주지요. 땅에 꽂기만 해도 저항력이 강해 잘 성장하는 봄을 상징하는 나무입니다. 꽃꽂이 작품에도 다양한 모양으로 사시사철 이용하는 소재로 비용도 저렴하여 꽃작품표현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동막천을 거슬러 오르면 낙생교 못미쳐 오른편 언덕에 소설을 쓰고 있는 오래 된 벚나무 그루터기가 야생화를 키우고 있고 곁에 몇 개의 벤치가 있습니다. 벤치에 앉습니다.
지금 앞에는 푸른 하늘이 있고 바람이 있고 나무들이 있습니다. 산책자도 있습니다. 까치들이 냇가를 건넜다가 다시 되돌아오며 자유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왜가리들은 떼 지어 냇가를 내리다 오르다 하며 크고 작은 곡선 긋기 대항을 하고 있습니다. 나뭇잎의 색깔이나 크기를 비교해 보기도 하고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그들의 움직이는 선 따라 눈호흡을 합니다. 순간 이 자연숲에서 내 마음의 아름다운 오브제가 된 버드나무를 만났습니다. 뛰어나지도 않고 색다른 점 없는, 보통 흔한 이 버드나무의 선명하고도 푸른 유록색 잎을 제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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