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숙/오래된 아침 외 2편
초록이 아닌 것은 어떤 집의 배경도 되지 않는 섬 나라로 왔습니다 가져 온 여름 옷 몇 벌을 벽에 걸어 놓고 걷는 사람보다 서 있는 나무가 더 많은 길을 뒤꿈치를 들고 천천히 걷습니다 해가 뜨기 전 기도를 끝내고 다시 날이 저물기 전에는 윗옷을 걸치지 않는 남자들이 집 앞에 몰려 체스를 둡니다 눈이 내리는 풍경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여자들은 푸른 히잡을을 쓴 채 나무 아래 좌판을 펼칩니다 밤새 우린 약초 물을 바구니 가득 세워놓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칩니다 동네 공동묘지에는 새벽에 둔 꽃다발이 벌써 시들 준비를 하는데 사람들의 미소는 종일 싱그럽습니다 지천으로 떨어진 열대 꽃을 주워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오랜 이름들이 하나둘씩 잊혀갑니다 견딜 수 없는 것들은 견디지 않아도 된다고 떠나온 나라는 아..
관객과 배우
2023. 8. 20.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