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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한국의 명수필> 읽으면서
    관객과 배우 2014. 1. 22. 21:20

    『한국의 명수필』 피천득 외 지음. 손광성 엮음

     

    읽으면서

                                                                                                                     이 원화

     

    이제 우리나라의 수필 역사가 100년을 넘기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 30여 년 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20여종 넘는 수필 전문잡지가 생겼답니다. 이렇게 발전함은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은 없지만, 질적 수준과는 일치되지 않아서 좋은 수필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이 되어주도록 하였답니다.

    이 책은 1993년에 처음 출간되어 2013년까지 다섯 번째의 개정판으로 나온 것에 놀랐습니다. 수록되어 있는 명수필의 제목이나 작가 이름을 만나는 것은 퍽 흥미로웠습니다. 수필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작품들을 읽으면서 과연 명수필은 좋은 수필인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옥같은 여러 작품 중에 낯익은 작가나 전에 읽은 것 같은 수필은 그냥 두고 나름대로 새롭고 흥미를 보이는 수필을 먼저 골라 읽었습니다.

    내용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아래와 같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생활에는

    나도향의 '그믐달',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피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

    이어령의 '골무', 정진권의 '짜장면', 허세욱의 '커피포트 하나', 손광성의 '장작패기',

    목성균의 '행복한 군고구마', 최민자의 '하느님의 손도장', 안도현의 '삶의 비밀'

    *봄, 여름, 가을, 겨울에는

    피천득의 '봄', 이양하의 '신록예찬', 이상의 '권태', 정진권의 '비닐우산', 정비석의

    '산정무한', 맹난자의 '산책',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이영희의 '레몬이 있는 방 안',

    유달영의 '초설에 부쳐서', 김진섭의 '백설부', 목성균의 '세한도', 김애자의 '눈길'

    *사랑, 고뇌 그리고 소망에는

    주요섭의 '미운 간호부', 김소운의 '도마 소리', 피천득의 '인연', 서정범의 '나비 이야기'

    윤재천의 '구름카페,' 허세욱의 '움직이는 고향', 유병석의 '자반을 먹으며', 서영은의

    '거기에 해바라기가 있었다.', 박한제의 '나의 신발 장수 아버지',

    김 훈의 '광야를 달리는 말', 정성화의 '버드나무'

    *살며 생각하며 느끼며에는

    민태원의 '청춘 예찬', 이태준의 '이성간 우정', 계용묵의 '구두', 이양하의 '나무',

    김태길의 '경주', 공덕룡의 '수염', 손광성의 '아름다운 소리들', 유병석의 '왕빠깝빠',

    맹난자의 '탱고, 그 관능의 쓸쓸함에 대하여', 오병훈의 '피혁삼우', 최민자의 '길',

    정희승의 '물'

    *삶의 예지와 진리의 샘에는

    김진섭의 '생활인의 철학', 피천득의 '수필', 조지훈의 '돌의 미학', 김동석의 '나의 단장',

    김정한의 '손자에게 배운다.', 김태길의 '글을 쓴다는 것', 박문하의 '어떤 왕진',

    염정임의 '회전문', 남미영의 '노란 종이우산', 이혜연의 '뽕짝'

    *향수와 여정에는

    양주동의 '질화로', 전광용의 '나의 고향,' 백석의 '동해', 이어령의 '벌의 언어와

    나비의 언어,' 손광성의 '바다', 송혜영의 '굴욕', 정희승의 '살아 있는 돌'

     

    총 64편입니다. 모든 작품은 작가들의 개성이 살아있는 솔직담백한 수필의 교과서임에 틀림없었습니다.

    특별히 목성균의 <행복한 고구마> 는 여러 번 읽은 작품이지만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군고구마를 보면 더욱더 생각나는 작품이었습니다. 목성균은 충북 괴산 소백산맥 자락의 산촌에서 출생하여 그곳에서 성장하여 수필의 소재 대부분이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하였다고 합니다.

    "고구마 봉지를 가슴에 품고 발간 전등 불빛을 지향해서 눈 쌓인 논배미를 건너가면서 나는 늘 행복했다. 먼 바다에 나갔다가 포구의 등댓불을 지향하고 돌아오는 작은 만선 어부의 마음이 그럴까. 그 행복감은 따뜻한 고구마 봉지를 가슴에 안음으로써 비롯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수족이 불편한 아주머니는 나의 이 행복감에 차질을 주지 않으려고 고구마가 안 팔리는 그 추운 겨울밤에도 몇 시간씩 내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준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위해 군고구마를 가슴에 품고 돌아가는 작가의 표정을 그려보면, 저 또한 행복감에 미소 짓게 됩니다. 요즈음은 고구마 값이 올라서 값이 꽤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옛날에 고구마 값은 얼마나 했겠습니까. 한 밤 중에 군고구마를 팔기 위해서보다 추운 겨울밤 늦은 시간까지 단골손님을 기다려준 그 아주머니의 마음 또한 군고구마보다 더 따뜻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거들떠보지 않는 사소한일들에 즐거운 관심을 가짐으로서 행복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태백산맥에 둘러싸인 작은 산읍의 말단 공무원이 단골로 사가지고 간 그 아주머니의 행복한 고구마가 추운 이 밤 저도 먹고 싶습니다.

    우리는 누구나가 생활을 영위하면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날이 그날 같은 반복된 생활

    에서 일상적인 것 하나가 새로운 의미로 부각됨을 느낍니다.

     

    허세욱의 <커피포트 하나>는 그의 유학시절에 쓰던 트렁크 달랑 한 개와 커피포트 달랑 한 개로 외국생활을 하던 얘기입니다.

    "부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커피포트를 밥솥 겸 냄비로 썼다. 숙소에 들자 커피포트에 쌀 한 공기를 씻었다. 손등에 물이 잠길 만큼 물을 부었다. 그리고 전기를 꽂았다. 4,5분이 지나자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가난했던 유학시절에 달랑 하나 가져간 커피포트의 역할, 그 작은 사물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는 눈길이 빛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염정임의 <회전문>은 회전문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 바로 자신을 비롯한 보통의 사람들이

    "모든 일이 너무 정신없이 빨리 돌아간다.

    때로는 살아간다는 것이, 정지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빙글빙글 도는 유리문 안에서처럼 현기증과 당혹감을 줄 때도 많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회전문에 떼밀리듯이 이 세상에서 밀려나 버릴 때가 오지 않겠는가?"

    살아가면서 매일 앞에서 부닥치는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마치 회전문 앞에서 망설이면서도 그냥 들어가 제각기 자기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차' 했을 때에는 늘 한 발이 늦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정신없는 세상,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그 대열에 끼어들지 못하고 회전문을 몇 번씩 지나쳐 버리는, 망설이다가 놓치는 생활, 자동차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그렇게 바쁘게 서두르지 않아도 그때는 어김없이 찾아올 것을 깨닫습니다. 일상의 안락함에서 치우치지 않는 자세로 귀중한 축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족한 제 실력 탓으로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한국 수필문학을 대표하는 귀한 명수필들을 열심히 읽고 공부할 것입니다.

    마음을 다독이는 『한국 명수필』 다섯 번째 개정판을 내면서 "살며 생각하며 느끼며", 엮은이의 말대로 한국수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세월의 물살에도 떠내려가지 않는 오래 남을 좋은 수필선집임에 확실함을 기대합니다.

    출처 : 한결문학회
    글쓴이 : 갑자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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