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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 선집-욕심을 잊으면 새들의 친구가 되네-오월이 가면관객과 배우 2014. 3. 23. 23:44
우리고전100선03김하라 편역
이규보 선집
『욕심을 잊으면 새들의 친구가 되네』/이규보(1168~1241)
오월이 가면
내 평생 슬픈 일은
오늘이 흘러 어제가 되는 것
어제가 모이면 곧 옛날이 되어
즐거웠던 오늘을 그리워하리
훗날 오늘을 잊지 않으려거든
오늘을 한껏 즐기자꾸나
청자(靑瓷) 연적
푸른 옷의 자그만 아이
고운 옥으로 살결을 만들었나
꿇어앉은 모습 아주 공손하고
눈매와 콧날 또렷하구나
하루 종일 지친 기색도 없이
물병 들고 벼룻물 떠나 바치네
내 본디 읊조리길 좋아하여
날마다 천 수(首) 시를 지었단다
벼룻물 떨어져 게으른 종 불러 대도
게으른 종은 귀먹은 시늉만
눈 위에 쓴 이름
눈빛이 종이보다 희길래
채찍을 들어 내 이름 써 두니
바람이여 제발 눈 쓸지 말고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렴
바람 빠진 공
공기가 가득 차서 동그란 모양일 땐
사람이 한 번 차면 공중에 오르더니
공기 빠져 사람들이 내버리자
쭈그러진 텅 빈 주머니 되어 버렸네
잊혀지는 것
세상사람 모두가 나를 잊어버려
천지에 이 한 몸은 고독하다
세상만이 나를 잊었겠나?
형제마저 나를 잊었다
오늘은 아내가 나를 잊었으니
내일이면 내가 나를 잊을 차례다
그 뒤로는 하늘과 땅 사이에
가까운 이도 먼 이도 완전히 없어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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