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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시야 네 자리는 어디니/이원화관객과 배우 2014. 12. 10. 19:47
대봉시야 네 자리는 어디니/이원화
"감나무 밑에 누워도 삿갓 미사리를 대어라"
속담이 있다. 감이 달린 나무 밑에서도 먹는 수업을 열심히 해야 한다. 늦은 가을 경상북도 청도군의 운문사로 가기 위해 대구에서 출발하였다.
감나무에 달린 붉은 열매는 가는 길 양편은 물론이고 이어지는 동네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보다 붉은 점들이 시야를 다 겹치듯 많아 행복한 짜증이 났다.
올해는 감이 풍년이다.
단감이나 연시는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먹는 것이 좋다. 감 중에 제일 큰 대봉시 19개가 들어 있는 5kg 1박스를 1만원도 못주고 샀다. 상인은 말랑말랑한 것부터 먹고 그 나머지는 잘 익혀서 먹으라한다. 시골은 항아리에 볏짚을 깔고 익히기도 하고 쌀독에 넣었다가 먹는다. 앞뒤 베란다가 없는 아파트에서 어디에 두어야 자연스럽게 익은 단 맛을 낼까. 대봉시의 자리는 어딜까
수필문학을 시작한 지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등단도 하고 상도 받았다. 책도 함께 냈다. 변화가 그리웠다. 정리되지 않는 자신을 가다듬고, 새로운 것에 열망과 기회가 사그라지기 전에 도전하고 싶었다. 열망이 노망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새로 찾은 곳은 기존 회원들이 많았다. 두 줄씩 마주보고 앉은 고정된 자리, 그사이에 끼어놓은 테이블 끝자락에 종이컵과 커피포드의 곁자리, 가시방석이라면 아픈 것을 참으면 될 것 같은데. 어색함이 내내 계속된다.
내 인생에 축제를 열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어제는 늘 앉아 있기 생뚱맞은 자리에서 맨 뒷자리로 옮겨 앉았다.
그 자리는 어느 기존의 회원자리라는 퉁명스런 소리에 놀라 다시 가방과 커피 잔을 들고 원대 복귀했다.
그래 알았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 하더라도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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