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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다 일가친척/이원화관객과 배우 2014. 12. 22. 21:06
새들은 다 일가친척/이원화
주황빛 꽃이 피듯 익은 열매가 드레드레 열려 짜증이 날 정도였다.
행복한 역정이다.
올해는 유난히 과실 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렸다.
감나무의 가지가 쓰러지지 않게 보호하는 버팀목까지 힘들어 보였으니까.
아파트 입구마다 유실수가 있어 가을이 되면 지방으로 가지 않아도 대추, 모과, 감을 볼 수가 있었다.
나무들도 이십여년 세월의 옮김을 겪으면서 제법 큰 나무로 성장하였다.
동네 새들이 모여 사는 터전이 되었다.
외출길에 그들의 똥 세례도 받고 세워놓은 차 뚜껑은 그들의 놀이터였다.
늦가을 감나무 가지 위에 까치, 직박구리, 찌르레기, 참새들은 일가친척이 되어서
'따까치 짹짹' 소리내며 홍시가 된 까치밥 먹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의 풍경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고 흰눈이 내리자 붉은 홍시들은 사라지고 있다.
대부분 말랑한 감의 붉은 몸은 없어지고 꼭지만 보이는데,
마지막 감이 매달려 있다. 큰 놈, 힘이 센놈이 혼자서 먹고 있다.
인간을 닮았을까, 새들은 다 일가친척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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