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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의 <밤(栗) 이야기>를 읽으며관객과 배우 2017. 4. 19. 23:49
꼴찌의 어머니 이병제 권사를 기리며_
내 어머니는 분명 한쪽 눈이 먼 분이셨다
어릴 적 운동회 날, 실에 매단 밤 따먹기에 나가
알밤은 키 큰 아이들이 모두 따가고
쭉정이 밤 한 톨 겨우 주워온 나를
이것 봐라, 알밤 주워왔다! 고 외치던 어머니는
분명 한쪽 눈이 깊숙이 먼 분이셨다
어머니의 노래는 그 이후에도
30년도 넘게 계속되었다
마지막 숨 거두시는 그 순간까지도
예나 지금이나 쭉정이 밤 한 톨
남의 발밑에서 겨우 주워오는
내 손목 치켜세우며
이것 봐라, 내 새끼 알밤 주워왔다! 고
사방에 대고 자랑하셨다
문정희 시인의 산문집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를 읽는 중,
<엄마가 외쳤다>에 소개되는 '밤(栗) 이야기' 시 전문이다
내 어머니는 나의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에 갔다 오신 후에
누가 묻지도 않은데도
나를 가리키며 "쟤는 뜀뛰기에서 4등 했다"고 하셨다.
1등?, 3등을 했다고 하면 상품이 있어야하기에
4등을 했다고 자랑하셨다. 난 이불 속에서 입을 꼭 다물었다
사실은 꼴등을 했는데
문정희 시인은 위의 시를 쓰면서 가족 몰래 얼마나 울었던지 목이 잠길 지경이었다고 고백한다
오늘밤, 뿌리 깊은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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