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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 막히지 않게 바람 보내 주시옵소서_금붕에게
    가족이야기 2018. 7. 25. 22:00

    "일주일만에 오늘 퇴원합니다

    1차 치료 끝내고."

     

    "축하축하, 2따가 토킹"

     

    금붕님, 아랫사진 기억 나세요?

    지난달 협회에서 하계세미나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들렸던 곳, 박경리 문학의 집입니다.

    그때 구입한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시집을 다시 읽었습니다.

    참으로 읽기 편하고 쉬우면서도 감동이 컸습니다.

     

    <옛날의 그 집은>은 꼭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대문 안쪽을 기웃대다가 그냥 왔지요. 

     

     

    옛날의 그 집/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책의 내용과 실물을 함께 전시하여 새로운 융합을 보다

     

     

                                                           옛날의 그 사진(박경리와 모친)관에도 꽃을 담은 꽃병이 살았다

     

     

     

     

    금붕님,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한 분뿐입니다.

    "자비를 주시옵소서 하나님/연약한 목숨에게 자비를/목마르지 않게 비 내려 주시고/춥지 않게 햇볕 내려 주시고/숨 막히지 않게 바람 보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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