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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의 새해 아침의 작은 꿈수필은 시도다 2019. 1. 14. 23:58
1992년 5월에 증판발행된 유안진의『지란지교를 꿈꾸며』중에서
새해 아침의 작은 꿈/유안진
하늘과 대지가 새롭다. 어제보다 신선한 공기, 신선한 바람, 햇빛은 더욱 밝고 은혜롭다.
새해 아침에는 탈바꿈하자. 어제의 근심과 불안을 벗어나서 어제의 우유부단과 소심증을 벗어나서, 바로 어제까지도 그렇듯 스스로를 괴롭히던 알 수 없는 불만과 증오를 벗어나자.
비록 어제와 조금은 다름없는 오늘 일 지라도 문득 새롭게 보아낼 줄 아는 슬기로운 눈을 갖기로.
새해 첫날에 정한 뜻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옛 속신이 우리에겐 있다. 이 속신에서 우리는 적지 않은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
사람을 사랑하고, 될수록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베푸는 일에 인색하지사 않기로, 그래서 나의 평화와 사랑이 가족들과 이웃을 밝히는 작은 불빛이 되기를. 새해에는 가정에 한 분의 신을 모셔 들여도 좋으리라. 생활의 피곤과 좌절의 먼지를, 다친 상처를 다독거림 받기 위해 증오와 울분을 미소와 사랑으로 요리하기 위해, 사치와 호사를 탐하지 않고, 정직의 땀에 젖은 옷을 입고, 눈물적셔 먹는 빵의 참맛을 아는 가족들이 날개접고 모여 감사로 머리 숙이기 위해.
새해에는 한 편의 좋은 글을 쓰기로. 쓰는 이와 읽는 이의 가슴에 시원한 물결이 출렁이게 할 한 줄의 글을. 모든 감각의 안테나를 그것에 모으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 보기로.
......
새해 아침을 조용한 지붕 아래서 조촐한 음식상을 마주하고 모여 앉아 각자의 소망을 간추려 밝히면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기쁜 땀을 흐리기로한 가정마다 골목마다 밝은 태양은 항상 머물라.
자신을 용서하고, 망각함에 인색하고 자기 허물에 준열한 이들에게 신의 용서가 봄 바람처럼 감돌기를, 혈연과 사랑이 올무나 멍애가 되지 않도록 올바른 방법으로 사랑을 베풀고 인연을 다듬어 키우는 마음마다 하늘의 위로와 격려가 머물기를.
게으름과 증오와 조급함과 불안 등 수많은 자기 내부의 유혹과 적을 상대로 싸우는 이들에게 신능의 힘을 가진 모세의 지팡를 쥐어주시기를.
스스로 못났다. 무능하다. 초라하다 느껴질 때, 제 스스로 힘을 얻고 새롭게 탈바꿈을 할 수 있는 어떤 용기와 슬기도 주소서. 해마다 세상을 새롭게 하시는 이여, 새해 아침, 하늘로 마음 연 모든 영혼에게 고개 끄덕여 약속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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