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서정주_해일
    수필은 시도다 2019. 2. 17. 17:03

    미당 서정주 대표시 100선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해일/서정주

     

       바닷물이 넘쳐서 개울을 타고 올라와서 삼대 울타리 틈으로 새어 옥수수밭 속을 지나서 마당에 흥건히 고이는 날이

    우리 외할머니네 집에는 있었습니다.

    이런 날 나는 망둥이 새우 새끼를 거기서 찾노라고

    이빨 속까지 너무나 기쁜 종달새 새끼소리가  다 되어 알발로 낄낄거리며 쫓아다녔읍니다만,

    항시 누에가 실을 뽑듯이 나만 보면 옛날이야기만 무진장 하시던 외할머니는,

    이때에는 웬일인지

    한 마디 말을 않고 벌써 늙는 얼굴이 엷은 노을처럼 불그레해져 바다 쪽만 멍하니 넘어다보고 서 있었습니다.

     

    그때에는 왜 그러시는지 나는 아직 미쳐 몰랐읍니다만,

    그분이 돌아가신 인제는

    그 이유를 간신히 알긴 알 것 같읍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배를 타고 먼 바다로 고기잡이 다니시던 어부로, 내가 생겨나기 전 어느 해 겨울의 모진 바람에 어느 바다에선지 휘말려

    빠져버리곤 영영 돌아오지 못한 채로 있는 것이라 하니,

    아마

    외할머니는 그 남편의 바닷물이 자기집 마당에 몰려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렇게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어져 있었던 것이겠지요

    '수필은 시도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품 요리로서의 시_나태주  (0) 2019.03.28
    <마크툽(Maktub)>_파울로 코엘료  (0) 2019.03.24
    신부_서정주  (0) 2019.02.09
    백석 _수라  (0) 2019.02.07
    유안진의 새해 아침의 작은 꿈  (0) 2019.01.1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