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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크툽(Maktub)>_파울로 코엘료
    수필은 시도다 2019. 3. 24. 18:05

    『마크툽MAKTUB

    최정수 옮김

    파울로 코엘료 지음

    황중환 그림

     

     

     

    003

     

          애벌레 한 마리가 있었다. 그 애벌레는 새들이 날아다나는 모습을 땅에서 올려다보며 살았다. 어느 날 애벌레는 자기 모습과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에 분노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피조물이야, 추하고 혐오스럽고 땅을 기어다니며 살 수밖에 없지'  어느 날 자연의 여신이 애벌레에게 고치를 짜라고 명했다. 애벌레는 두려웠다. 지금껏 고치를 짜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애벌레는 고치 짜는 것이 자기 무덤을 만드는 거라 생각하고 죽을 준비를 했다. 그때껏 불행한 삶을 살아왔다고 여긴 애벌레는 다시 한 번 신을 향해 한탄했다

         "신이시여 제가 겨우 제 운명에 익숙해진 순간에 당신은 제가 가진 작은 것마저도 도로 빼앗가시는군요!"

           절망에 빠진 애벌레는 고치 속에 틀어박혀 죽을 날만 기다렸다  그리고 며칠 뒤, 애벌레는 멋진 나비로 변신해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녔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쳐다보며 감탄했다  애벌레도 삶의 의미와 놀라운 신의 섭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008

     

           마크툽은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랍 사람들에게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는 잘된 번역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이미 기록되어 있다 하더라도 신은 자비롭고 우리를 돕기 위해서만 펜과 잉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행자는 지금 뉴욕에 있다. 느지막이 잠에서 깨어나  호텔을 나서니 자동차가 견인되고 없었다. 그래서 약속장소에 늦게 도착했고 점심 식사도 예상보다 길어졌다. 견인된 자동차 때문에 벌금을 내야할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벌금이 꽤 많을 것 같았다. 그러자 불현듯 전날 길에서 주운 1달러가 생각났다. 그 지폐 한 장과 아침에 자동차가 견인된 일 사이의 초자연적 관계를 생각해보았다.

         "혹시 그 지폐를 발견할 운명인 사람이 따로 있는데, 내가 먼저 그 지폐를 주운 게 아닐까? 내가 그 1달를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서 빼앗은 게 아닐까? 이미 기록되어 있는 일을 방해한 건 아닐까.' 그 1달러를 처분해야 할 것 같았다 바로 그때 걸인 한명이 바닥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고, 여행자는 1달러짜리 지폐를 걸인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걸인이 외쳤다. '나는 시인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당신에게 시 한 편을 읽어드리지요." '그럼 짧은 것으로 부탁합니다. 내가 좀 바뻐서요. 여행자가 대답하자 걸인이 말했다. "살아 있는 이상, 당신은 도달해야 할 곳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겁니다.

     

     

    020

     

            나치 치하 독일에서 랍비 두 명이 박해받는 유대인들에게 영적위로를 가져다주려고 무척 애썼다. 그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2년동안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여러 공동체에서 예배를 드렸다. 결국 랍비들이 체포되었다.

            첫째 랍비는 곧 닥쳐올 위험 때문에 공포에 질려 쉬지 않고 기도했지만 둘째 랍비는 한가로이 낮잠을 자며 시간을 보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랍비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리 태평할 수가 있소?"

           둘째 랍비가 대답했다. "힘을 마련하기 위해서요. 이제부터는 힘이 필요할테니까." "하지만 당신은 두렵지 않소?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지 모른단 말이오?' "붙잡히기 전까지는 두려웠소.

            하지만 이렇게 붙잡힌 이상, 이미 일어난 일을 두려워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소. 두려움의 시간은 지나갔고, 이제는 희망을 가지면 되는 거요."

     

     

     

     

     

     

     

     

     

     

     

     

    032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신이 내려주신 은혜를 오늘 전부 활용해라. 은혜를 쌓아놓고 살아선 안 된다. 은혜는 선의에 따라 사용하라고 주신 것이고 그것을 저금해 둘 수 있는 은행은존재하지 않는다. 활용하지 않으면 그 은혜들은 영영 사라져버린다.

    신은 우리가 삶의 예술가라는 것을 알고 계신다. 어떤 날엔 조각을 하라고 점토를 주시고, 어떤 날엔 그림을 그리라고 붓과 캔버스를 주시고, 글을 쓰라고 펜을 주시기도 한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데 점토를 사용할 수 없고, 조각하는데 펜을 사용할 수 없다. 우리의 일상은 나날이 기적이다. 그러니 축복을 받아들여라. 오늘 너의 작은 예술 작품을 창조해라. 그러면 내일 새로운 축복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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