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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시_문태준의 <그늘의 발달>관객과 배우 2019. 3. 31. 17:27
문태준의『그늘의 발달』
한 송이 꽃 곁에 온/문태준
눈이 멀어 사방이 멀어지면
귀가 대신 가
세상의 물건을 받아 오리
꽃이 피었다고
어치가 와서 우네
벌떼가 와서 우네
한 송이 꽃 곁에 온
반짝이는 비늘들
소리가 골물처럼 몰리는 곳
한 송이 꽃을 귀로 보네
내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
당신의 은밀한 농담들,
소리의 침실들, 그러나
끝이 있는 사랑의 악보들
의자를 꽃 가운데 놓고
내 몸에 수의를 입히듯
나 먼저,
오래 쓴 눈을 감네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문태준시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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